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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가족 여행 정리 - 치앙마이

약 9일동안 필리핀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부모님이 두분 다 은퇴하시고 교사인 형은 겨울방학이라, 나만 휴가를 내면 꽤 긴 가족여행이 가능했다. 5일 연차를 내고, 금요일날 한국에서 출발해서 그 다음주 일요일날까지 필리핀 곳곳을 돌아다녔다.

커피의 수도 치앙마이

첫 4박 5일은 치앙마이에서 머물렀다. 너무 덥고 습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쾌적해서 돌아다니기 좋았다. 세련된 건물들이 많고 도로도 잘 정비되어있는 편이라 좋았다. 도로에 차와 오토바이가 많고, 매연 냄새가 많이 나는 건 좀 힘들었다. 규제가 심하지 않은 건지 한번씩 지나치게 매연을 뿜는 차나 자동차가 지나가곤 했다.
집 근처
One Nimman 종합 쇼핑몰 근처. 집에서 가까웠다.
스페셜티 커피를 좋아하는 나에게 치앙마이는 천국이었다. 알고보니 치앙마이는 커피의 수도로 불린다고 한다. 어딜가든 수준 높은 카페가 많아서 커피의 수도라는 이름이 잘 어울렸다. 원두 종류가 다양하고 핸드드립 커피를 메뉴로 제공하는 카페가 많은 점이 특히 좋았다. 가끔씩 커피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 카페에 가면, 원두가 한 종류 밖에 없고 이 원두가 어느 농장의 어떤 원두인지, 어떤 향미를 가지고 있는지 메뉴판에 나와있지 않고 설명도 해주지 않는다.
치앙마이에서 갔던 대부분의 카페들은 아래처럼 원두 라인업이 다양했고, 프로세싱 방법이나 향미에 대한 정보가 메뉴판에 잘 나와있어서 취향에 맞게 원두를 고를 수 있었다. 로스팅 날짜가 어떻게 되는지, 가장 단 맛이 좋은 커피가 무엇인지 등 메뉴판에 없는 내용을 물어봐도 점원분들이 친절하게 잘 설명해주셨다.
가족들도 모두 스페셜티 커피를 좋아해서 다행이었다. 카페를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다양한 원두를 맛보며 서로 감상평을 공유했다. 내가 혼자 카페를 돌아다녔으면 하루에 맛 볼 수 있는 커피가 두잔밖에 되지 않았을텐데, 가족과 함께 가니 한 카페에서 네 잔의 커피를 맛볼 수 있었다. 치앙마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Diciotto 카페. 원두가 10종류가 넘고, 주인분께서 굉장히 젠틀하고 멋있으셨다.
에어비앤비로 치앙마이에서 할만한 활동을 찾아보니, 요리교실이 눈에 띄었다. 가족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재미있을 것 같다며 좋은 반응을 보여서 반나절동안 진행하는 요리교실을 신청했다. 가격도 3만원대로 저렴하고 결제도 편했다. 숙소로 픽업과 드롭오프를 모두 해주는 조건이라 이동도 편했다.
요리교실에서 보내준 밴을 타고 로컬 시장으로 이동했다. 거기서 식재료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듣고 시장을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시장 안에는 우리처럼 요리교실을 신청한 팀이 많았는데, 대부분 한국인이었다. 어딜가든 익숙한 한국말이 들리고 익숙한 분위기의 얼굴이 보였다. 우리 팀은 모두 10명이었는데 이 중 6명이 한국인이었다.. 두 명은 독일에서, 두 명은 중국에서 오셨다는데 한국 분들끼리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생겨서 이야기를 나눠보진 못했다.
로컬 시장을 30분쯤 구경한 후 요리 교실이 있는 농장으로 갔다. 날씨도 너무 좋고 관리가 잘 되어 있어서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장소였다. 요리 교실에 들어서니 모든 재료와 도구가 깔끔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수프, 볶음, 커리 세 종류의 요리를 했는데, 요리가 끝나면 다같이 식탁으로 이동해서 함께 식사를 했다. 그 동안 직원분들께서 요리대를 청소해주시고 다음 요리 세팅을 해주셔서, 요리 경험이 좋을 수 밖에 없었다. 내 집이 아니니 기름 튀는 것도 걱정하거나 팬에 음식물이 늘러붙는 걸 걱정하지 않아서 정말 편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요리했던 음식들이 음식점에서 파는 요리보다도 맛있었다. 특히 팟타이가 너무 맛있어서, 한국에 돌아와서도 계속 요리해먹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팟타이, 똠양꿍을 만들고 나니 태국 향신료를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한번씩 신기한 맛이 나서 “이게 무슨 맛이지?” 싶을 때가 있었는데, 범인을 알게 되어 좋았다. 그 이후부터 우리 가족들은 싫어하는 맛이 있으면 관련 향신료를 빼고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농장에 있던 정원.
농장에서 기르는 닭들. 이 친구들의 달걀을 요리용으로 쓰는 것 같았다.
재료가 계량된채로 준비되어 있었다.
태국에서 쓰는 각종 향신료들을 사용했다.
추가로 치앙마이에서 좋았던 점들을 적어본다.
과일, 특히 망고가 굉장히 싸다. 1kg에 2000원 정도여서 날마다 망고를 원없이 먹을 수 있었다. 밖으로 나갈 때마다 망고로 가득한 봉투를 들고 귀가했다.
거리가 깔끔하고 치안이 좋아보였다. 밤 10시, 11시가 되어도 유동인구가 꽤 많고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동이 편했다. grab이나 volt를 이용하면 거리에 기반해 정해진 가격으로 목적지를 갈 수 있었다. 택시비도 한국보다 훨씬 쌌다.
배달 음식을 먹기 너무 편했다. grab, food panda 앱을 이용하면 정말 싼 가격으로 집에서 편하게 현지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4명의 가족이 배부르게 먹어도 식비가 2만원도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