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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센서리 자격증 취득 후기

커피를 좋아하고 더 잘 알고 싶더라도, 꼭 커피 관련 자격증을 딸 필요는 없다. 나도 매일마다 브루잉 커피를 내려마시면서 “커피를 더 잘 내리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꼭 자격증을 따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커피 관련 유튜브를 보면서 참고하고, 추출 변수를 바꿔가면서 브루잉을 하면서 나름대로 실력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독학을 하다보니, 내가 잘 하고 있는게 맞는지 누군가 알려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졌다. 그래서 좋은 선생님께 커피를 배우며 자격증을 따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커피를 잘 하고 싶더라도 자격증을 꼭 딸 필요는 없다. 내가 느낀 바로는 커피 분야의 자격증들은 돈을 내고 적당히 수업을 들으면 딸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꼭 자격증이 없어도 커피 실력을 키울 수 있고, 자격증이 있더라도 커피를 잘 한다는 건 아니다. 다만 아래 유튜브를 보다가 영감을 받아서 자격증을 취득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나도 매년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증표를 수집해보자.
매주 일요일 아침 10시부터 12시까지 1:1 센서리 수업을 들었다. 센서리와 관련된 이론적인 내용을 배우고, 아로마 키트를 통해 향을 학습하고, 트라이앵글 테스트를 하면서 커피를 구분하는 감각을 키웠다.
아로마 키트는 향을 분석하는 훈련을 위해 만들어진 키트이다. 위스키, 커피, 와인 등 분야에서 교육용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후각 정보만 활용해서 향을 식별하는 능력을 키우게 된다. 내가 평소에 맡아보지 못했던 향들을 맡아볼 수 있다.
트라이앵글 테스트란, 3개의 커피가 주어질 때, 이 중 맛과 향이 다른 한 가지 커피를 맞추는 테스트다. 관련해서 테이스터스 컵이라는 대회도 있다. 3잔씩 8개 세트의 커피가 제공되는데, 각 세트별로 맛과 향이 다른 한 가지의 커피를 감별하는 대회이다. 가장 많이 맞춘 사람이 승자가 되고, 똑같은 갯수를 맞췄다면 더 빨리 맞춘 사람이 승자가 된다.

실기 시험

1. 용액 실습

네 가지 용액이 준비되어 있다. 하나씩 맛을 보니, 신 맛의 강도가 달랐다. 네 가지 용액을 농도 순서대로 배치하는 시험이었다. 예전부터 느꼈는데, 나는 신 맛을 좋아하고 잘 느낀다. 쉽게 배치할 수 있었다. 사람마다 예민하게 느끼는 맛이 있고 둔감하게 느끼는 맛이 있어서, 용액 강도 구분을 어려워하는 분들도 계신다고 한다.

2. 향(Fragrance) 구분

9가지 아로마 샘플이 준비되어 있다. 토마토, 꿀, 헤이즐넛, 캐러멜, 복숭아, 장미, 오렌지, 정향, 다크초콜릿 이었다. 시험을 볼 때는 아로마 샘플들의 이름이 가려진채 배치되어 있어서, 하나씩 향을 맡아보면서 이게 어떤 향인지 맞춰야한다.

3. 트라이앵글 테스트

3잔씩 4개 세트가 주어졌다. 세트별로 내가 커피를 구분했던 방법을 적어본다.
1세트 - 같은 원두를 사용한 것 같았는데, 유독 커피 하나만 산미가 강했다.
2세트 - 두 커피에서는 살짝 고소한 종이맛 같은 묘한 뉘앙스가 느껴졌고, 나머지 커피 하나에선 그 뉘앙스가 느껴지지 않았다. 나중에 선생님께서 디카페인 커피였다고 알려주셨다. 디카페인 커피는 카페인이 제거되면서 커피 향미를 담당하는 일부 성분들도 같이 날아가게 된다.
3세트 - 두 커피는 가벼운 바디감이었는데, 나머지 하나는 무겁고 텁텁한 느낌이었다. 두 농장에서 재배한 똑같은 품종의 커피 원두를 사용하셨다고 알려주셨다.
4세트 - 그 동안 다양한 커피를 마시면서 경험치가 쌓여서인지, 바로 맞출 수 있었다. 두 잔은 무산소 발효의 뉘앙스가 느껴졌고, 한 잔은 깔끔했다. 선생님께서 차이가 무엇일지 맞춰보라고 하셔서, “두 잔은 무산소 발효를 한 것 같고 한 잔은 워시드 프로세싱을 한 것 같다”고 말씀드렸는데 정답이었다.

마무리

결과적으로 실기 시험은 만점을 받았다. 센서리 수업을 시작할 당시에 내 후각과 미각에 그렇게 자신 있는 편은 아니었는데, 수업이 끝나고 실기 만점을 받으니 나름의 성취감과 자신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커피를 공부하면서 겸손함과 관용을 배운 것 같다. 난 “커피에도 정답이 있을 것이니 그 정답을 잘 맞춰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센서리 수업을 통해 “모두에게 정답은 다를 수 있고 그 다름을 인정하며 소통해야한다"는 것을 배웠다.